'인재 사관학교' 크로톤빌 연수원 공개
(오시닝<美 뉴욕주>=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오전 11시께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미국 뉴욕주 오시닝시(市)에 자리 잡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크로톤빌 연수원(GE Global Learning Crotonville).
대형 강의실에서는 전 세계 10여개국에서 선발된 GE의 임원급 직원 47명이 BMC(Business Management Course) 과정의 한 수업으로 개인이나 그룹이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GROW(Goals, Reality, Options, Wills)'모델을 논의하고 있었다.
수업은 물론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토론과 훈련이었다. 3명이 소그룹을 만들어 1명이 상황과 문제를 제시하면 상대방이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보고 나머지 1명은 이 과정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일종의 롤플레이로 진행됐다.
강사인 폴 손더스(컨설턴트)는 "글로벌 리더는 다양한 분쟁과 문제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의실에서 만난 미키 코백스(47)는 제너럴모터스(GM)에서 15년간 근무하다 6년 전 GE 트랜스포테이션(Transportation)으로 직장을 옮겨 현재 북미지역 기관차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GM은 일 잘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을 대상으로는 별로 교육하지 않는 데 반해 GE는 좋은 성과를 낼수록 교육기회를 많이 준다"고 말했다.
GE의 최고교육책임자(CLO)인 수전 피터스 부사장은 "리더십 개발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작년 금융위기 때문에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3주일간 진행되는 BMC과정의 참가자들은 직무성과 등을 토대로 회사의 선택을 받은 직원들이다.
첫째 주에는 강의 위주로 진행되지만, 둘째 주에는 부여된 과제에 따라 세계 각국을 방문해 직접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마지막 주에는 팀별로 해결방안을 정리, 공유하고 나서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에게 직접 이를 발표한다.
이들이 제시한 내용이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채택되면 전사적으로 즉각 시행된다.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항공, 운송, 헬스케어에서부터 미디어와 금융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사업부문에서 1천800억달러 이상(2008년)의 매출을 내는 초대형 글로벌그룹 GE가 인재를 양성하는 현장의 모습이었다.
GE는 이날 세계 각국 언론사의 기자들을 초청해 '글로벌기업 인재 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 연수원과 교육프로그램 내용을 공개했다.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은 1956년 랠프 코디너 전 회장이 사원교육을 회사가 직접 해야 한다며 오시닝시에 만들었다. 1982년 잭 웰치 회장이 4천만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자해 본격적인 리더 양성 교육기관으로 정립시켰고, 이 때문에 '잭 웰치 리더십개발센터'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의 이재용 전무가 지난 2002년 외부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이 연수원에서 최고경영자 양성과정을 수료했고 2004년에는 정부부처 관계자들도 이곳에서 단기연수를 받기도 했다.
약 6만4천여평의 부지에 강의동과 숙박동 등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신입사원부터 회장에 이르기까지 연간 약 1만명의 GE 직원과 GE의 고객사 임직원들이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GE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타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금융 자회사인 GE캐피털의 자금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익은 급감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3월에는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부여하는 최고 신용등급(AAA)을 53년 만에 상실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2.4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약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데 이어 3분기에도 순이익 '반토막' 추세가 지속됐다.
하지만, GE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을 이끌어갈 내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투자는 결코 줄이지 않았고 매년 10억달러를 '사람 키우기'에 쏟아붓고 있다.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대개 교육훈련비를 가장 먼저 삭감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GE의 행보는 어려움 속에서도 '인재'라는 가장 중요한 `자원'을 발굴하고 개발해내야 기업의 미래가 확보될 수 있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제이 아일랜드 GE자산운용 사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금융위기 당시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주식시장도 폭락을 거듭하면서 GE연금펀드 등 운용자산 중 엄청난 규모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타격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리더들은 GE의 오랜 직원으로서 교육을 통해 협동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정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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