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의 인력 수요와 공급에 맞춰 직업교육훈련 과정이 개설되지 못하고, 특정 교육훈련 분야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산업현장 수요와 연계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직업교육훈련기관들 간 중복된 과정들을 개설해 효율성도 낮다.
최근 기업이 신규 대졸 사원을 가르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는 데 개인당 6000만원이 든다는 보도가 나왔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신규채용 시 2~3년간의 직무훈련에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했는데, 그 사이 비용이 더 늘어난 셈이다. 대학 교육이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소용이 안 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직업교육훈련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 교육이든 직업교육훈련이든 시민 사회의 지도적 인격체로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게 당면과제다. 하지만 실상은 국내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업교육훈련기관들의 취업률은 그리 높지 않다.
정부의 국공립 직업교육훈련 예산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정확한 집계조차 없지만 직업교육이나 훈련에 들어가는 예산은 천문학적 숫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업교육훈련기관들이 실시하고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들이 정작 취업률 제고에 기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은 주위에서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서비스업종 중 이·미용과 한식요리 부문을 들어보자. 정부가 취업률 제고 목적으로 훈련기관에 예산을 제공하고 소정의 기관에서 무료로 직업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실상은 각자의 취미를 살리기 위해 비경제활동인구들이 직업훈련을 받았다면 이 경우 취업률 제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수강생들은 우선 교육훈련비가 무상이고 자신들의 취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훈련에 참가하고, 직업훈련기관들은 수강생 확보가 되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교육훈련 실적은 있으나 취업률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취업목적을 빙자한 취미목적 수강생들이라 매도하기도 어렵다. 개인적 삶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긍정논리를 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투입의 목적인 취업률 제고에 얼마나 효율적인가 하는 문제의식은 무시돼서는 안 된다.
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먼저 정부는 원칙만을 제시해야 한다. 제시된 원칙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감시를 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원칙이 시장에서 작동되게 하려면 경쟁원리를 적용시키면 된다. 잘하는 곳은 예산 지원을 늘리고, 실적이 나쁜 곳은 과감하게 지원을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 중증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직업재활모델을 개발·보급하기 위해 실시한 ‘장애인직업재활모델화사업’이라는 게 있다. 장애인 직업훈련기관이 프랜차이즈사와 연계한다. 프랜차이즈사는 크레페·생과일주스 등을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형식의 카페에 필요한 메뉴 개발, 기술 이전 등을 담당한다. 물론 장애인이 이 업무를 잘해낼 수 있도록 훈련하고 교육하는 데도 프랜차이즈사가 일부 참여한다. 훈련을 마친 장애인들은 자활의 길로 들어선다. 자활 성과가 좋으면 정부는 이 부분에 지원금을 더 늘린다.
정부는 이런 방식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관련 기관들이 정부가 제시한 원칙을 성실히 따르고, 정부는 공평한 성과에 따라 다음해 예산을 배분하는, 새로운 직업훈련교육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